영화 한산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역사를 실사화 한 영화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여러 대첩 중에 하나인 한산도대첩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김한민 감독의 명량에 이은 이순신 시리즈의 두 번재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2020년에 촬영이 되었고 약 1년 반 만에 스크린으로 개봉되었는데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습니다. 이순신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전작의 흥행으로 이 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습니다.
한국영화 순위 중 최다 관객 동원 순위를 보면 1위가 바로 명량입니다. 명량은 1760만명을 동원한 영화였습니다. 뒤이어 2위는 극한직업, 3위는 신과함께 죄와벌인데 사극으로는 14위에 광해를 제외하면 10위권 이내에 유일한 사극 영화이자 1위가 명량입니다.
역대 1위 관객 동원 영화의 시리즈물이자 두번째 영화이고 무엇보다 통쾌한 승리를 거둔 한산도대첩을 실사화한 영화이니 얼마나 큰 기대가 있었을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이런 기대감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몰이했습니다. 성웅 이순신을 주제로 한 것이니 기대감은 더했겠지만 예고편도 솔직히 한 몫을 했습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예고편이 다했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있습니다. 무.조.건.
명량은 칠천량해전 이후에 12척의 배만 남은 조선수군의 수세를 이순신의 고민과 함께 극적인 승리로 잘 표현해낸 작품이었습니다. 이순신의 모습은 현실고증과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최민식이라는 큰 배우의 역할과 여러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 덕에 명량은 역대 관객수 1위를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애국심 마케팅도 통했구요)
이 번 영화의 실제 역사인 한산도대첩은 비교적 전쟁의 초반에 해당합니다. 명량해전이 1597년, 한산도대첩이 1592년이니 명량과는 5년여의 시간의 격차가 있는 셈입니다. 전쟁의 초반이기 때문에 극적인 모멘트는 부족하겠지만 한산도 대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선이나 학익진같은 카타르시스의 요소가 더욱 다분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 않고 학익진이라는 전술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했을까요?
조금 더 통쾌한 승리를 관객이 공감하게 했다면 좋았을텐데 지나치게 관객들을 이해시키려 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왜군의 모습을 부각시키려한 것이 큰 실수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순신이 아니라 적장, 와키자카입니다. (실제 대사량도 압도적입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빛나는 조연들이 있다
영화에는 빛나는 조연들이 나옵니다. 물론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합니다.
어영담 장군의 충심도 잘 드러나고 스승과 사제 간의 뭉클한 모먼트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굳이 안 넣어도 될 것 같은 장면이었습니다.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가 영화 전후반 내내 미치는 영향은 없습니다.
원균 장군은 빌런처럼 보이지만 손현주 배우가 그 선을 적절하게 잘 연기했다고 생각됩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오히려 왜군 보다 더 빌런처럼 보였던 것이 흠이긴 합니다.
영화 명량에는 다양한 조연이 등장합니다. 배우 진구, 이정현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영화 속에 작은 분량을 차지하면서도 비중이 있는 역할로 그려졌습니다. 신파의 요소로 비판을 받았지만 영화적 재미로 보았을 때 많지 않은 분량으로 적절한 신파를 잘 그려냈었습니다. 김한민 감독은 이 번 작품에서도 딱 그 정도의 포지션으로 역할을 정한 것 같았습니다. 템플릿화했다고 할까요?
이정현 배우처럼 김향기 배우가 대사없이 항왜 기생으로 등장하고 옥택연이 진구와 같은 역할일텐데 대사는 있지만 전편 진구의 역할에 비해서는 크게 비중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준사가 별 것 없었습니다. 명량에는 진짜 일본인 배우가 준사 역할을 했는데 이 번엔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항왜의 이유를 찾는 조연으로 나오는데 이게 막판 신파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자네에게 술 한 잔 거하게 사려 했는데..." (꺼이꺼이)
전작의 신파는 모르겠는데 이 번 신파는 어색했습니다.
가토는 왜 나왔나 싶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명량이 너무 대박나니까 한산에 좋은 배우들 다 데려다가 쓴 것 같은데 너무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믹싱해서 이 것도 저 것도 아니게 된 영화가 되면 흥행에 실패한다는 건 한국영화의 오랜 공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계+인도...좋은 배우들을 썼지만...말을 아끼겠습니다)
전작과의 연관성을 위해서 몇몇 조연들은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 번 영화는 전작의 감동이 전해져오지 않았습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학익진에 모든 힘을 싣었다
너무 좋은 배우들 때문일까. 대사가 없는 순신 순신 이순신 때문일까.
대사가 엄청 많은 와키자카 때문일까. 없어도 되는 잔인한 장면 때문일까.
너무 많은 메세지를 담으려 한 것일까.
학익진을 구성해가는 모습, 학익진을 펼치는 모습, 거북선의 등장과 활약 그리고 해전의 모든 씬.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장시간의 해전은 가히 박수를 쳐줄만큼 놀라운 구성이었습니다. CG가 가미된 요소가 많은데 VFX팀 진짜 고생 많았겠다 싶었습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갈아넣었을까요.
한국영화의 CG가 발전해나가는 것에 그래도 좀 의의를 두어봅니다.
한산에서 CG가 괜찮아서 마지막 작품 노량에 거는 기대가 컸을텐데 그래서 노량에서 어두운 CG가 비판을 받았습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총평과 관람 포인트
김한민 감독은 영화 [활]에서의 박해일 배우를 보고 이순신으로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 번 영화에서 이순신의 역할은 크지 않습니다. 명량과의 시간 차는 5년이다보니 비교적 전쟁 초반에 해당하는 이순신의 모습을 연기하기에 연기가 부족하다거나 역량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조금 들었습니다. 깊은 내면 연기를 제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대사 좀 넣어주지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기억나는 대사는 "전군 출정하라" 말고 없었습니다.
그래도 명량에서는 최민식 배우가 대사로써 장군의 위엄과 무게감을 잘 표현해주었는데 한산부터 갑자기 대사가 없어지고 감정연기로 들어가더니 노량까지 그게 이어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학익진입니다.
하지만 학익진을 펼치고나면 학익진으로 왜군을 무찌르는데는 10~20초 남짓의 시간만 소요됩니다. 관람객 모두 영화 보기 전에 학익진으로 펼쳐서 열심히 싸우는 장면을 예상하실텐데 이 번 영화는 그걸 기대하고 가시면 실망합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심리전이 펼쳐진다고 할까, 그래서 지루하다가 마지막에 한 번 터지는 감이 있는 영화가 한산입니다.
세 번째 관람 포인트는 왜군입니다.
왜군의 대사가 많습니다. 자막을 보다 보면 내가 일본 영화를 보는 건지 한국영화를 보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변요한 배우의 일본어 연기가 어색하진 않지만 자칫 잘 못 보면 미스터션샤인으로 보입니다.
김태리랑 이병헌 데려왔으면 진짜 완벽한 미스터 션샤인.
네 번째 포인트는 영화는 전반부, 후반부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정말 지루합니다. 후반부 해전에는 그래도 좀 볼만한데 허무하게 끝납니다. 극적인 절정에 다다르고 결말을 쾅~! 하고 짓는 순간이 그래도 러닝타임이 좀 길어야 하는데 이 번 영화는 그 순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이야기를 빌드업하는 것에 신경쓴 나머지 다른 것을 놓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번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볼 때는 큰 기대를 하고 보시면 안되고 편안하게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다는 느낌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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